대한민국은 선진국 반열에 올랐지만, 쓰레기 처리 시스템은 지역별로 격차가 심합니다. 수도권 집중, 지방 소외, 사각지대 방치는 환경 위기를 악화시키며, 전국적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수도권의 쓰레기 처리 한계
수도권은 한국 인구의 절반이 거주하며, 쓰레기 발생량도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 중심에는 수도권 매립지가 있습니다. 이곳은 인천, 서울, 경기권 쓰레기를 공동 처리하는 거대한 공간이지만, 2025년 현재 수용 한계에 거의 도달한 상태입니다. 기존 계획은 2025년 종료 예정이었으나, 대체 매립지 마련이 지연되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인천시 등은 자체 처리 방안 수립과 외지 쓰레기 반입 금지를 요구하며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서울과 경기도는 자체 소각장 건립에 나서고 있으나, 부지 선정과 주민 반대라는 두 벽에 부딪혀 진전을 이루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수도권의 문제는 단순한 공간 부족이 아닙니다. 쓰레기 분리배출률 저하, 일회용품 소비 증가, 처리 비용 급증 등 복합적인 요인이 얽혀 있으며, 지속 가능한 해법이 절실합니다. 또한, 수도권은 상대적으로 수거 인프라가 발달했지만 그만큼 ‘양적 부담’이 크기에 근본적 감축 노력이 병행되지 않으면 문제는 더욱 심화될 것입니다. 서울 도심의 쓰레기 적치와 배출 지연 사례는 도시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는 예고편에 불과합니다. 이와 더불어,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한 집단 배출 구조는 대량 쓰레기 배출을 고착화시키고 있으며, 1인 가구 증가와 배달문화 확산으로 쓰레기 유형이 복잡해지는 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지방의 소각장 편중과 소외된 대응
지방의 상황은 수도권과 또 다른 양상의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우선 다수의 지방 중소도시는 폐기물 자립처리 역량이 부족합니다. 이에 따라 대형 소각장이 밀집된 일부 지역으로 쓰레기가 몰리며, ‘지역 간 쓰레기 불균형’ 문제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컨대 충청남도, 경상북도 일부 도시는 수도권과 타 지역의 쓰레기를 대량 처리하고 있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은 건강권 침해와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는 “쓰레기 외주화”에 따른 지역 간 갈등을 유발하며, 국가적 신뢰를 약화시킵니다. 더 큰 문제는 지방 재정의 한계로 인해 친환경 인프라 구축이 미진하다는 점입니다. 예산이 부족해 폐기물 선별장이나 스마트 수거 시스템 같은 설비는 도입조차 어려운 곳이 많습니다. 또한, 소규모 농촌이나 도서 지역은 쓰레기 수거 주기조차 일정하지 않으며, 무단 투기와 불법 소각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역 내 산업폐기물 처리 또한 큰 과제로, 제조업 중심 지역의 경우 공공시설이 부족해 민간 위탁에 의존하거나 처리 자체가 지연되는 상황이 반복됩니다. 이로 인한 주민 반발도 커지고 있습니다. 더불어 일부 지역에서는 행정과 주민 간 협력이 부족해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으며, 주민 설명회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시설 확장 계획은 오히려 지역사회의 불신을 키우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이처럼 행정 중심 접근은 지속가능한 폐기물 정책의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사각지대에 방치된 취약 지역
수도권과 지방의 쓰레기 문제도 심각하지만, 그보다 더 조명되어야 할 곳은 ‘사각지대’입니다. 이 사각지대는 대표적으로 쪽방촌, 비공식 거주지, 산간마을, 노후주거지, 미등록 다세대 주택 등이 포함됩니다. 이런 지역들은 제도적 수거망에서 벗어나 있거나, 매우 제한적인 수거 서비스만 받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식 주소가 없는 주거지에서는 지자체의 쓰레기 수거 차량이 진입하지 못하거나, 쓰레기 배출장소가 없어 길거리 방치가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악취, 해충, 불법 소각 등의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며, 주민 건강권까지 위협받고 있습니다. 또한 노인 1인 가구 밀집 지역이나 다문화 가정 밀집지의 경우, 정보 부족과 언어 장벽으로 분리배출 교육이 이뤄지지 않아 쓰레기 관리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습니다. 정책은 주로 ‘평균적 시민’을 기준으로 설계되기 때문에 이런 취약 지역은 항상 뒤로 밀리기 마련입니다. 특히 쪽방촌이나 비공식 거주지는 일회용품 위주의 소비가 많고, 분리배출 공간이 없기 때문에 분리수거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관리 미비가 아닌 구조적 소외의 결과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행정 편의성의 결과가 아닌, 주거 불균형과 복지 사각의 결과로 이어지고 있으며, 쓰레기 수거조차 ‘복지 불균형’의 상징이 되고 있습니다. 정책은 보다 미시적이고 생활 밀착형이어야만 실효를 거둘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