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선택은 단순한 취향이 아닙니다. 푸드마일, 유기농, 생산 방식에 따라 식품이 지구에 미치는 탄소 영향은 크게 달라집니다. 지금 비교하면 차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푸드마일이 바꾸는 탄소 발자국
‘푸드마일(Food Mile)’이란 식품이 생산지에서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의 이동 거리와 이를 통해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의미합니다. 이 개념은 식품 소비가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직관적으로 이해하게 해주며, 친환경 식품과 일반 식품 간의 탄소 차이를 분석할 때 중요한 지표로 사용됩니다. 일반적으로 수입 식품이나 대형 유통망을 거친 제품은 수천 km 이상 운송되어 오며, 이 과정에서 트럭, 선박, 항공기 등이 다량의 화석연료를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칠레산 포도 한 송이를 한국까지 운송하는 데 발생하는 탄소량은 1kg당 약 5~7kg CO₂에 달합니다. 반면 지역에서 생산된 친환경 식품은 이동 거리가 짧아 푸드마일이 줄어들고, 그만큼 탄소배출도 낮습니다. 더욱이 일부 로컬푸드는 소비지 근처 농장에서 직거래로 유통되므로 중간 물류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대폭 절감할 수 있습니다. 푸드마일은 단순한 거리뿐만 아니라, 운송 방식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육상 운송보다 항공 운송의 탄소배출량이 10배 이상 높다는 점에서, 수입 식품 위주의 소비는 의외로 탄소 발자국을 키우는 요인이 됩니다. 일상 속에서 지역 농산물이나 제철 재료를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탄소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어떤 식품을, 어디에서, 어떻게 구매하느냐에 따라 지구가 받는 환경 부담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유기농 식품은 정말 탄소를 줄일까
유기농 식품은 인공 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재배된 농산물을 말하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유기농이 항상 ‘탄소 절감’과 동일한 개념은 아닙니다. 유기농 농법은 토양 건강을 유지하고 생물다양성을 보호하며, 화학물질 사용을 줄이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생산성과 물류 측면에서 오히려 더 많은 자원을 소모할 수 있습니다. 일반 농업이 단위 면적당 높은 수확량을 확보하는 반면, 유기농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확량을 보이기 때문에 동일한 생산량을 얻기 위해 더 넓은 경작지와 에너지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인 환경 영향을 고려하면 유기농은 여전히 이점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유기농 토양은 일반 토양보다 탄소를 더 많이 저장할 수 있으며, 이는 대기 중 탄소를 줄이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줍니다. 또한 유기농업은 농작물과 함께 방목 가축을 함께 운영하는 방식으로 탄소순환을 최적화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유기농 식품을 바라볼 때 단순히 “더 친환경적이다”라고 판단하기보다는, 생산에서 유통, 소비까지 전체 생애 주기에서 탄소배출량이 어떻게 다르게 발생하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관점입니다. 소비자가 유기농 제품을 선택할 때도, 수입 유기농보다는 지역 유기농 제품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진정한 탄소 감축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생산 방식에 따른 탄소 배출 구조
식품의 생산 방식은 탄소배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일반 식품의 생산과정에서는 고밀도 경작, 기계화, 대량 운송을 전제로 하며, 이로 인해 비료 사용량 증가, 경작지 확장, 기계 연료 소비 등이 겹쳐 막대한 온실가스가 발생합니다. 특히 육류 산업은 탄소배출의 핵심 분야입니다. 소고기 1kg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물의 양은 약 15,000L,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약 27kg에 이르며, 이는 대부분 사료 재배, 사육, 분뇨처리 등에서 기인합니다. 반면 친환경 식품은 가능한 자연 순환에 가까운 방식으로 생산되며, 무경운, 저투입 농법, 재생농업 등의 방식을 통해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기여합니다. 재생농업은 토양의 탄소 저장능력을 높여 농업 자체가 탄소 흡수원 역할을 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이처럼 단순히 '친환경'이라는 라벨이 아닌, 어떤 방식으로 생산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하나 간과하기 쉬운 부분은 가공 단계입니다. 고가공 식품은 여러 공정에서 에너지와 물을 소모하며, 냉장·냉동 유통이 필요한 경우 탄소발자국이 크게 증가합니다. 반면 자연 상태에 가까운 저가공 식품은 유통과 저장 과정에서도 에너지 소모가 적고, 포장재 사용량도 줄어듭니다. 따라서 생산 방식뿐 아니라 후속 유통 단계에서도 친환경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전 과정을 고려한 ‘저탄소 먹거리’ 선택이 기후위기 시대 소비자의 새로운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